제가 글을 쓰는 건요
글을 쓰는 취미는 2025년 대한민국에 흔하지 않다. 이 취미를 짜자잔 밝히게 되면 간혹 그러나 몇 번씩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등단은 생각 안 하시나요? 처음 들어보기 전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지만 답변은 쉽고 명확했다. 바라지도 않는다.
“제 수준에 뭘요”나 “그럴 실력이 안 되어서요”는 아니다. 낸다고 붙을 정도라고 자신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뭐, 내가 달에 가서 백플립을 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으면 그건 내가 안 하는 거라고 봐야 맞는 것이다. “저처럼 진심이 아닌 사람이 누구 자리를 빼앗을까봐”는 더욱 아니다. 꼬우면 운 좋고 잘 써야지. 그러면 “문단 권력이 왱알왱알 고이고 부패하고 어쩌구” 내지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해괴한 제도가 어쩌구” 등등?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이유는 아니다. 농담조로 “서울대 나와서 번듯한 직장 있고 겉보기에는 성한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은 어려워서” 비스무레한 말도 몇 번 하고 다녔지만, 어디까지나 실없는 소리일 뿐이다.
그냥 난 글쓰기가 어디까지나 순수한 재미와 흥미의 영역으로만 남았으면 좋겠다. 나의 주요한 취미가 두 개 있는데, 개발과 글쓰기이다. 난 이 두 가지가 퍼즐을 푸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치열하게 부딪히고 전념으로 고뇌하는 노력은 개발 쪽에 오롯이 맡기고 싶고, 나의 기력 수준으로는 그것도 충분히 벅차다. 나는 백만 명이 아는 글보다는 천 명이 읽어본, 그리고 또 그보다는 한 명이라도 죽도록 마음에 들어하는 글이 가능하다면 쓰고 싶다. 반면에 개발은 한 명이라도 더 내 기여분에서 작게나마 효용을 찾으면 싶은 마음이고, 그래서 오픈 소스 활동도 여력이 되는 대로 이어나가 온 것이다. 소위 등단을 하면 이래저래 마케팅 측면에서 무지막지한 이득이 있는 것은 알겠다. 열과 성을 다해서 좋아해주는 사람이 혹여나 있다면은 수십 명보다는 백만 명 중에 있을 확률이 당연히 높다는 것도 알겠다. 그치만, 이 셈법에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나는 학부를 다니는 중에 문학 동아리를 꽤나 오래 했고, 등단한 이들도 더러 있고, 계속 투고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 좌우 간에 이 동아리에서 만난 인간들은 특이하면서도 대화가 통해서 아주 좋아한다. 근데 개중 몇 명이 하는 것처럼 목표를 정하고 쥐어짜면서 갈고 닦는 글쓰기는 내 체질에 영 맞지가 않는다. 사실 글을 쓰는 것도 내가 쓰고 싶어서 쓴 적은 한 번도 없다. 대사나 장면이나 어구가 몇 날 며칠이고 하염없이 머리에서 맴돌다가, 의지와 상관없이 마구 날뛰고 뻗어나가기 시작하면 난 그걸 받아적는 수밖에 없었다. 망각의 먼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아쉬운 적이 여러 번 있다 보니까 까먹기 전에 가급적이면 메모를 해두는 미약한 강박이 생겼다 뿐이지, 계획을 세운다거나, 음, 이론을 배워서 글에 입힌다든가, 목표건 방식이건 뭐가 됐건, 딱 정해두고 쓰는 것은 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게 지금까지의 잠정적인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