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에서 인간을 고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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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사정은 거두절미하고, 내가 수 주 간격으로 가는 버거킹 매점이 있다. 그런데 갈 때마다 한국인의 문제인지 호모 사피엔스의 문제인지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세상이 질려버리는 사안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라 적혀 있는 통엔 온갖 쓰레기가 어지럽게 같이 버려져 있고, 플라스틱도 따로 놓는 경우가 도무지가 없다. 왜일까? 왜 그러는 거야? 대체? 붙들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그거 내 일 아닌데 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려나.

행동의 동인이나 근거가 엉뚱한 데 있는 족속들이 너무 싫다. 자기는 버거킹 알바가 아니니까 쓰레기를 좆대로 버린다든가. 팩트니까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든가. 애를 낳는 이유가 늙어서 혼자 되기 무서워서라든가.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 이유가, 사후의 영원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내지는 공인된 폭력 단체의 구금이 두려워서라든가. 이러니 내가 어떻게 하늘에 있는 전능한 심판자의 존재를 믿고 또 어떻게 국가주의 프로파간다에 홀라당 넘어가서 헤롱댈 수가 있겠냐. 그렇지만 절대다수의 인구는 그냥 그런 논리가 편한 듯하다. 이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기가 도무지 쉽지 않은 유형으로서는 나날이 힘든 마음만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