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팍한 덤벙이
덤벙대는 사람이 모두 괴팍하진 않겠지만, 덤벙대(기 까지 하)면서 괴팍한 사람에 대한 해설을 써보고자 한다.
덤벙댄다는 것을 정의해보자.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손톱깎이나 귀이개 같은 것은 소파나 침대 틈새로 쉬이 빠지게 마련이고, 그밖에도 사라질 구석은 차고 넘친다. 이렇게 몇 개씩 같은 잡화를 사모으니 간혹 되찾은 후라면 같은 품목이 여러 개씩 쌓여 있게 된다. 중복 구매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다시 잃어버릴 테고, 어디 두었는지도 금방 까먹기 때문이다. 또, 대중교통을 잘 타지 못한다. 환승이나 하차역을 놓치는 것은 부지기수이고 거꾸로 타는 경우도 적잖이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반드시 샌다. 업무를 볼 때에도 비슷하다. 일에 어떤 절차가 있다고 하면 한두 단계를 건너뛰는 것은 일도 아니며, 무엇인가 필요한 순간의 바로 직전에나 아 맞다 하고 번뜩 떠오르면 다행인 것이다.
이런 사람을 가정해보자. 그의 마음을 상상해보자. 언제나 불안이다. 무엇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고 무엇을 까먹을지 모르고 놓칠지 모른다. 안절부절 못하는 학습된 기분과 기이하게 태평한 타고난 기질 사이에 중간 지점을 찾지 못하고 늘 헤맨다. 비중은 모르겠으나 노력으로 개선한 경우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이들 또한 분명히 허다할 것이다. 위기와 실수와 망각과 혼란과 후회와 자책이 넘쳐나는 이 세계에서 태평함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내적인 동기와 외적인 압력이 앙상블을 이루어 불안은 곧 모종의 집착으로 승화하게 된다. 그것은 원칙일 수도 있다. 버릇일 수도 있다. 체크리스트일 수도 있고, 노트나 메모일 수도 있다.
세상은 불확실하다. 나는 잔실수가 많다. 이 위태롭게 손을 맞잡은 왈츠에서 무게중심을 지켜주는 것은 단 하나, 강박이다.
뭐… 최소한 나는 그렇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할 때에도 테스트 코드나 타입 제약을 비롯해 최대한 이른 시점에 실수가 발견되고 가급적이면 실수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도구에 병적으로 매달리는 측면이 있다. 환경이나 설정을 기억할 필요가 없는 선언형 관리에도 목을 매는 편이다. 스스로 덤벙대는 기질이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실은 그래서, 그런 방법에 크게 개의치 않는 많은 다른 개발자들이 나는 어떻게 불안하지 않은가 싶어 너무나도 신기하다.
그러니 괴팍한 덤벙이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라. 미운 짓하면 미워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괴팍함은 세상사에 대처하고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다. 혹시 알겠는가. 이러한 집념이 어느날 그대들의 실수를 만회해줄지, 혹은 모르는 사이에 이미 그러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