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는 개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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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 토박이 집안은 아니더라도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군 생활까지 쳐도 수도권을 벗어나 산 적이 없다. 그런 입장에서 말해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는 지역 방언 멸시가 너무 심하다.

얼마 전에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부산인가 하는 지역에서, 어린 아이가 지역 방언 대신 서울말을 쓰도록 가르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낯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인이 사투리를 쓰는 건 아직 사투리를 쓰는 것이고, 서울말을 배우는 것은 사투리를 고치는 것이니까. 뭐, 서울 공화국이라는 이명을 가졌을 정도로 인구나 인프라 등 모든 것이 수도에 집중되어 있고,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처럼 여겨지는 문화가 있으니, 말씨라고 별 수 있겠나 싶은 것이다.

다만 내가 언어학을 사랑하고 언어의 다양성을 사랑하는 것과도 별개로 이 흐름이 너무나도 위험하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기조는 개인의 정체성이나 자부심, 지역 문화의 융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정답이 오직 하나인 사회 분위기에 일조하면서 결과가 원인을 강화하는 악성 순환을 이루는 것은 물론이다. 어쩌면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더 막을 수 없게 되어버릴지 모른다. 미디어의 발달로 언어의 획일화가 더욱 쉬워졌다고 보는 편이 합당할 것이다. 제주어 내지 제주 방언은 이미 상당한 위기에 내몰려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지역 방언을 깔보는 것에는 무려 서울 방언도 포함된다. 자기는 서울 사투리나 서울 방언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다며 (참으로 머리가 지끈대는 자랑이다) 당당히 표준어를 쓴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트럭을 트럭에 실어도 모자랄 만큼 넘쳐난다. 실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 잘난 표준어를 쓰는 건 아나운서가 TV 화면에 나올 때밖에나 더 있을까? 표준어니 뭐니 하는 개념에 동의한다 만다를 떠나, 심지어 “교양 있는 현대 서울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이 실제 언중이 쓰는 말과 상당히 괴리감이 있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반박하기 힘들다.

규범 언어학이 어쩌고, 어려운 말은 나도 안 하련다. 서울 방언이 왜 틀린 말이 아닌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방언을 멸시하고 더 나아가 언중이 스스로를 핍박하는 이 나라는 분명히 틀려먹었다. 제발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으로 몰아세우지 마라. 틀린 건 사회가 정한 정답과 다르면 못 견뎌 먹는 그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