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국내 기술 관련 웹사이트
나는 전력을 다해서 국내 기술 자료를 보지 않는다. 애초에 한국 페이지는 별 일 없으면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갔는데 /가-힣/
범위의 문자가 마구마구 보인다? 즉시 최상단 확인하고서 없으면 마우스 휠 누르고 최하단으로 쭉 내린 다음 한국어 (Korean)
을 English
로 바꾼다. 여기서 굳이 기술하지 않을 다양한 원인으로 국산 자료 및 특히 번역 자료는 십중팔구 저질이기 때문이다.
나야 원래부터 공식 문서 보는 걸 선호하고 저명한 국산 라이브러리가 딱히 없다는 걸 고려하면 크게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곤 해도 모국어로 된 글을 읽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때가 분명히 있다. 가뜩이나 국내 웹을 꺼리는데 문과 출신 개발자에 조금도 사교적이지 못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보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막대한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 탓에 혼자 힘으로 찾을 수 있었던 몇 가지 사이트 중 일부를 적어두고자 한다.
https://kdy1.github.io/
swc의 아버지 강동윤님의 블로그이다. 이 분은 내 마음속 GOAT이다. 난 swc를 쓰지 않고 러스트도 모르고 Vercel도 너무 공룡이 되어가서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감점 요소들을 안고도 GOAT 선정이 되었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일단 사람 자체가 똑똑하고 그걸 자기가 또 안다는 점이 존나 섹시하다. 블로그를 읽다 보면 나까지 자신감에 취해버린다. 난 TS 사랑하긴 하지만 그 컴파일러 등의 동작에 대해선 추호도 관심이 없는데 그럼에도 흥미롭다. 개발 얘기가 주를 이루는데 그밖의 이야기들도 보면 박학다식한 것이 느껴진다. 비교적 최근에 이런 subtopic들은 별도 사이트로 분리되었으나 본 블로그만 읽어도 충분하다.
이렇게 쓰는 걸 본인이 혹여 알게 되신다면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으나… 블로그에 지극히 사적인 고민이 적잖이 등장한다는 점이 대단히 흥미롭다. 뭐랄까, 인간미? 이런 사람도 지극히 평범한 일들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 어째선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씨발 이거 쓴 다음 날에 블로그 거의 접으셨더라? 이거 자의식 과잉이냐?)
https://velog.io/@mowinckel
거기 잠깐! 벨로그 도메인만 보고서 스크롤만 내리려던 당신! 멈춰!
벨로그 같은 걸 보느니 티스토리 검색을 하는 편이 양질의 정보가 더 많다. 물론 그것도 영어 자료에 훨씬 못 미친다. 내가 그 전까지 본 벨로그 글과 블로그는 예외 없이 공식 문서나 레딧과 미디엄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의 끔찍한 열화판이었다. 하지만 이건 오리지널리티가 있다. 지독한 촌철살인이 마치 아직 위장이 싱싱하던 시절에 먹던 삼양 불닭볶음면과 같이 중독성이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아카이빙을 떠둘 가치가 분명히 있다.
오탈자가 다소 있는 편인데 오히려 그래서 거친 맛이 있다. 추호의 가식도 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모두가 모르는 체하는 문제들을 집어내어 눈 앞에 들이밀고 흔들기 때문에 댓글 창의 반응이 일품인데, 그렇기에 댓글까지 봐야 비로소 한 폭 작품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블로그를 이제야 알아서 지금까지의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사탕발린 소리와 뜬구름 잡는 소리가 가득한 이 바닥에 unpopular하면서도 controversial한 의견을 이렇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인간 강동윤이 내 마음속 개발자 GOAT라면 모빈켈은 블로그 중의 GOAT이다. 이런 친구가 있으면 정말 즐거울 것 같다.
GeekNews
한국의 HackerNews를 표방한다. 원래는 굉장히 좋아하던 사이트였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특히 자바 얘기만 나왔다 하면) 깡통 계정이 툭 튀어나와 반말 찍찍 갈기고 비아냥대는 일이 적잖이 보이고 있다. 애매하게 스팸성을 띠는 게시물도 늘었고, 신기능인 GN+도 은근히 거슬리는 요소이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 관련 전반 소식을 받아보는 데에는 국산 서비스 중에 이만한 데가 없다. 오래된 글들도 흥미롭고 뛰어난 것들이 많으니 날 잡고 정주행을 고려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