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 대신 끈기로
올해에 TCI를 받았다. 결과가 우스웠다. 스스로를 파악하고 있던 그대로 나왔기에 더 웃겼다. 근면은 저 바닥이고 끈기는 제법 높다. 뭐가 다를까 싶어 여쭤보니 근면은 성실하게 하는 것, 근면은 끝까지 하는 것이란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산업화의 물결이 세계를 덮치고 정시 엄수와 근면성실이 제일의 가치가 된 이래로 나와 동류의 사람들은 고통의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모르나 제 한 몸 부지하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해왔는지 생각하는 바를 적어두려 한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 근면하지 않기 위해 끈기를 발휘하는 것이다. 개발자들 사이에선 직접 해서 몇 시간이면 할 거 하기 귀찮아서 몇 날 며칠을 자동화 한다는 식의 농담이 있었다. 내가 딱 이러니 개발이 천직이 아닐 수 없었지. 다행이라면 내게 그래도 그 두 개의 저울질을 할 법한 능력은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밥 벌어먹은 것도 이제 만으로 6년을 넘겼고, 보고 들은 것도 많고, 나이도 찼으니 갈수록 나아졌다. 내가 귀찮아서 (혹은 불안해서) 마련해둔 장치들은 어… 국어로 뭐라 할지 모르겠으나 항상 save my ass 해줬다.
둘, 근면처럼 보이는 끈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난 듀오링고 스트릭이 800일을 넘긴 상태이다. 이것보다 긴 사람은 주위에서 딱 한 명 봤다. 근면해서일까? 아니다. 시작한 거 끝장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듀오링고에선 하루 쉬어도 스트릭이 깨지지 않는 스트릭 프리즈란 아이템이 있는데, 왕창 퍼주기 때문에 정말 매일 해야 기록 유지가 되는 게 절대 아니다. 꼭 이게 아녀도 내가 오래 가져온 취미나 습관들이 제법 많아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들은 참 열심히 산다는 감상을 전하곤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는 열의나 성실에서 비롯된 사안이 아니다. 그저 도무지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