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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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게 살아”는 개소리다.

이 말이 나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런 의문이나 푸념을 던지는 경우에 흔히 돌아오는 답이다.

  1. 회사가 멀어서 다니기 힘들어.
  2. 왜 좋아하지도 않는 전공을 해야 하지?
  3. 상사 비위 맞추기가 힘들어.
  4. 직업이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5. 학원 가기가 싫어.
  6. 연애를 오래했더니 변한 것 같아.
  7.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
  8. 결혼 생활이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일반적인 경우는 이 정도 있고, 특수한 경우도 분명 더 있을 것이다. “다그살”은 한국인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문장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모두들 경험이 있을 거라 믿는다. 개발자니까 몇 가지를 더 꼽아보자면…

  1. 일정 산정이 자꾸 빗나가.
  2. 우리 회사에서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지 않아.
  3. 클라이언트/기획/디자인과의 소통이 어려워.

저런 말이 나왔을 때 “다그살”로 받아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또한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아가리를 곱게 닫으라는 것이다. 근데 그럴 바에는 그냥 닥치라고 말하지 어렵게 말할 이유가 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내가 하는 건 위로의 의미라고? 미안하지만 이건 위로가 아니고, 그런 당신은 눈치가 없다는 얘기를 앞에서건 뒤에서건 자주 들을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경험을 나누며 공감을 표하는 것과 “다그살”은 다르다.

“다그살”이 아주 개같은 이유는 당연하지 않은 일을 당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게 당연하지 않냐고? 불과 얼마 전까지 당연했지만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나열해보자. 안타깝지만 2022년 현재 한국에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들도 포함해 말이다.

개발자의 경우,

예전에 어떤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졌는지 생각해보면 가끔은 우습거나 황당한 감정까지 생길 때가 있다. 주어진 상황이 있다고는 해도 말이다. 어떤 일들은 분명 중력이 작용해 사과가 떨어지는 것처럼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일들이고, 받아들인 채 살아야 하는 성격이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고민들이 그런 것들이냐는 것이다.

  1. 이사를 가거나 이직을 한다.
  2. 전과를 하거나 복수전공에서 낙을 찾는다. 마지막 수단으로 자퇴를 한다. (개인적 사정으로 졸업은 결국 단일전공으로 했지만 타과 전공을 도합 30학점 정도 들으면서 위안을 찾은 것이 나의 케이스다.)
  3. 관두고 닥쳐올 일을 슬기롭게 대처한다. 또는 이직을 한다.
  4. 세부 직군 안에서 활로를 찾아보거나, 다른 직업을 찾아본다. 또는 일보다 취미 및 여가에 중점을 둔다.

나머지도 대충 비슷하다. 말이 쉽다고? 책임은 누가 지냐고? 누가 이렇게 얘기하래? “다그살”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본인의 패배주의적 관점을 타인에게 전염시키고 나아가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일을 그만두라는 말이다.

모두가 “다그살” 했더라면, 인간은 아직도 인터넷이니 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맹수와 질병의 위험에 시달리며, 40년 내외의 평균 수명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그살”은 장점은 하나도 없고 병적이기만 하다.

특히 한국 사회는 남들과 같아야 한다는 개인적 강박과 사회적 압력이 구성원들에게 너무나도 과중한 부담 및 폭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은 자살률, 낮은 출생률의 죽음의 땅이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지금 당장 “다그살”은 그만 두어라. 그리고 가급적이면 남들과 다르게 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