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를 변호하다
침착맨 방송을 보는데 본인 웹사이트를 소개하면서 디시인사이드 얘기가 나오더라. 본인 근본이 카연갤이기도 하고 초창기 롤갤에서도 심심찮게 활동하는 고닉이었는데, 엄청난 유명세를 얻으면서 근래 스갤 등과 골치아픈 관계를 갖고 있어서 아무래도 커뮤니티 얘기를 하려다 보니 언급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근데 스트리머 본인의 발언과 그에 대한 채팅창 반응이 아주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생각을 짧게 적어두려 한다. 글을 쓰면서 인용하고 싶은 링크나 캡쳐가 여럿 떠오르긴 하는데 글쎄 지엽적인 부분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에 의해 오독될 가능성만 높다고 생각되어 생략한다.
쉐도우복싱도 많이 했고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여러 관점이 섞여 있는 글이지만 방문자도 많지 않은 블로그에 있는 글 하나로 누구 생각을 바꾸겠다는 기대도 애시당초 없다. 난 전문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그냥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쓴다.
다음은 방송과 채팅창에서 나온 주요 의견과 그에 대한 내 생각이다.
자유와 방종은 구분되어야 한다
일단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말에 담긴 함의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방종이라고 하는 일상적으로 쓰이지는 않는 단어가 주는 모종의 힘을 빌려다 쓰기 위해 흔히 차용하는 어구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쉽게 말하면 앵무새가 많다는 것이다.
이 말을 풀어쓰면 대개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것이다. 좋다. 나와 의견이 100% 일치하고 초월적으로 강력한 파시스트 정권이 모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내 마음에 꼭 맞는 이상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는 속내는 차마 못 꺼내겠고 자유의 개념을 마지못해 인정하고 넘어가겠다는 그 심보가 참 괘씸하지만, 애쓴 모습은 보인다. 그런데 피해를 끼쳐선 안 된다는 걸 만약에 실명 인증 강제나 검열의 근거로 삼는 거라면 자가당착이다. 실명 인증에 대해서는 각종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피해” 및 해당 인증 정보가 유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피해”가 있다. 검열에 대해서는 딸딸이 한 번 편하게 칠 수 없는 “피해”가 두말할 여지 없이 대표적이고 그밖에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폐해가 넘쳐나는 관계로, 일단은 생략한다.
본인 인증은 필요하다
당장 방송 중 본인이 “일베도 회원가입을 하는데”라는 언급을 했다. 그 회원가입 하는 일베, 그래서 디씨보다 클린했나? 그린일베, 블루일베와 같은 표현이 있다. 각각 네이버와 페이스북을 가리키는 말인데 일반적인 상황에서 쓰이는 표현은 아니고 실명 인증이 되었음을 물론이요 페이스북의 경우 심지어 자기 얼굴까지 다 까놓고 기상천외하게 모욕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를 일컬어 마치 일베와 같다는 점, 그러나 그 배짱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쓰이는 말이다. 이게 네이버나 페이스북에만 해당되느냐, 또는 아주 특수하고 드문 상황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펨코, 각종 포털과 인터넷 뉴스, 실명 인증과 모욕적 표현이 양립할 수 있는 반례는 발에 치일 정도로 차고 넘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인터넷 실명 인증이 강제되어야 한다는 발상 그 자체이다. “불법적”인 컨텐츠를 막기 위해 사용자의 신원을 특정하는 것은 결코 필수불가결하지 않다. 일례로 레딧은 가입 과정에서 이메일 외에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입력받지 않는다. 레딧에는 과연 철저하게 합법적이며 사회적으로 합의 가능한 컨텐츠만 올라오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법이 닿는 범위를 넘어 은밀하게 서비스 하고 있는가? 물론 전혀 아니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 예를 들면 꼭 그거랑 이거랑 같냐 하면서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상 거의 확실해서) 쓸까 말까 고민했는데, 아무튼 인터넷에서의 활동이 반드시 개인 신원에 연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틀리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단순 방치, 방임에 불과한 운영이다
나도 디씨의 운영에 불만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불법적인 게시물의 관리에 대해서 디씨가 방치만 하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에 근접하지 않다. 시각적으로도 이미 혐오스러운 데다가 확정적으로 불법인 게시물의 업로드가 난무하는 커뮤니티의 특성 상,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김유식은 새로운 죄목으로 한 번 더 잡혀 들어가고 사이트 접근 시에는 진작에 워닝이 떴을 것이다. 유명인을 직접 다루는 갤러리와 관련해서 디씨 측에서는 본인의 요청을 꽤 잘 받아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래된 예시로는 이외수 갤러리의 접근 제한 건이 있고 이말년 마이너 갤러리도 유사한 경우이다. 스트리머 갤러리 등의 게시물도 MCN 및 스트리머 본인의 요청으로 게시물이 처리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다니엘과의 소송이 있긴 한데, 이건 프로듀스101 시즌2 갤러리에 관한 건이었고 아마 게시물 삭제 요청 또는 강다니엘 본인이 주제인 갤러리의 폐쇄 요청이었다면 디씨 측에서도 수락했을 것이다.
실베의 개설에 더불어 디씨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게시물을 적극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오는 주장 같은데 이런 게시물들은 딱히 불법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걸 국가에서 규제하려 든다면 위헌일 것이다. 단순히 나와 의견이 다른,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컨텐츠가 잘리지 않는 것을 문제 삼고 싶다면 이건 비단 디씨만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그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의 문제라기보다 전체주의 독재자의 씨앗을 품은 자신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김유식은 그냥 돈 벌려고 하는 거다
다른 주장들도 어이가 없긴 마찬가지지만 어처구니가 없기로는 정말 손에 꼽을 주장이다. 대체 어느 웹 서비스가 안 그런지? 어느 정도 규모와 인지도가 있는 종합 인터넷 커뮤니티 중에 클린한 인터넷 문화 배양이나 표현의 자유 증진만을 목적으로 상업적 이윤의 창출과 극대화를 전혀 꾀하지 않으며 운영되는 서비스 하나만 찾아오면 현금 1천만원을 계좌로 쏴드리겠다.
김유식이 무슨 자유의 투사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본인이 창업 이전에 국가 검열 관련해서 굉장한 홍역을 치른 적이 있고, 인터넷 실명제가 비록 위헌 결정으로 사라진 지가 10년이 되어가는 시점이긴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서 익명제 운영을 고수함에 더불어 개인 정보나 로그의 적극 파기(유동닉 자삭은 서버에 로그가 남지 않아 형사 대응이 불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 관련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보면 운영에 대표의 신념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마냥 타당한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이 정도만 해도,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의 사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올곧은 사회 운동에 필적한다. 그 운영 방침에 동의할지 말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치안 내지는 아무튼 무언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인권을 유린하고 억압하는 자들의 단골 레퍼토리였고, 최소한 지금까지 그런 시도들은 모두 처절하게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인명을 해할 수 있는 무기의 유통, 심각하고 비가역적인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이나 화학 물질의 거래, 테러와 범죄 모의 따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때에 나의 고유한 신원 정보가 일거수일투족에 연결되지 않고, 그 잘난 헌법에서도 이미 금하고 있는 사전 검열을 피할 권리에 관한 것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나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해법은 절대로 이미 위헌 판결이 난 인터넷 실명제나 사전 검열 따위가 절대로 아니다. 그게 싫으면 한반도 남부를 떠나 조금 더 북쪽 내지는 북서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선악의 이분법적 구도로 세상을 손쉽게 판단할 자유는 개인에게 있지만, 머릿속에서 지어낸 정의를 타인에게 집행하는 것은 완전하게 다른 문제이다. 수 년 전부터 줄곧 느껴온 바지만, 한국 사람들은 단순히 통제와 검열에 경계심을 가지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통제받고 검열당하지 못해 안달나고 환장한 수준인 것 같다. 이는 국가 단위의 통제 뿐 아니라 끝없는 자기 검열 및 상호 감시를 포함한다. 반일 불매 운동이라든가 특히 팬데믹 시국에서 그 집단 광기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웬만큼 산다는 나라 중에서 이만큼 정권이든 국민이든 전방위적으로 검열과 통제를 열망하는 곳은 내가 아는 바로는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
2022년씩이나 되어서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다는 국가의 어디 이상한 정치 유튜브 채널도 아니고 나름 인터넷 문화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채널의 사람들이 통제와 검열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더불어 웹툰과 인터넷 방송이라는 두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저명 인사가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고 또 상당한 호응을 얻는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라면, 나는 상당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