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뒤로 빛바랜 금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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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방황했다. 끝이 있을 거라곤 추호도 짐작지 못한 마굴을 벗어났을 때, 여지껏 보지 못했던 슬픔에 대한 발견은 고통스러웠다. 내 행동의 주된 연료는 언제나 재미였으나 그 행선지는 항상 평화였다.
바라지 않았던 평온, 기대하지 않았던 안정, 존재를 모르기에 바란 적 없는 것들이 덜컥 찾아와 버린 지금으로서는 이 지고의 상태를 놓칠 여유가 없다. 그러지 않을 의무가 있다. 지난한 투쟁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하나이다. 짜릿한 열락이 아니라 괴로움 없는 고요의 수면만이 나의 명줄을 붙잡아둘 수 있다.
비로소 손에 넣은 안존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내던지는 기행은 벌일 수 없다. 평안을 해치는 일은 나에게서부터 용납하지 않겠다. 필사의 각오이고, 생존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