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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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나마 금융 투자를 한 것이 2019년부터니까 꽤 됐다. 한 해 크게 잃은 적이 있는 적을 빼면 성적은 양호하다. 같은 비율의 손실이어도 지금 생각하는 포트폴리오였다면 버텼을 텐데 그때는 종목 선정이 단단히 잘못됐었다. 각설, 정확한 수익률은 계산하기 난감하지만 장세를 감안하더라도 총 자산의 증식 속도로 보면 제법 만족스러운 수치이다. 예적금은 건드리지 않은 지 억만 년도 더 되었으며 최소의 현금을 빼면 가처분 소득은 증권사 계좌에 여력이 닿는대로 쏟아부어 왔다. 연금저축, IRP, 주택청약 등속에 납입하지 않은 것도 오래되었다.

개인 투자자는 종목이나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고 가정하면 틀린다. 그래서 보통의 투자자에게는 내 생각에 정답지가 하나밖에 없다. 지수에 DCA 하는 것이다. 지수 이기는 종목 드물다. 심지어 지수를 이겨온 녀석도 그렇다. 나는 종목도 타이밍도 맞출 수 있다 하시는 분들은 2010년도의 자신이 비트코인을 잔뜩 매입했는지부터 떠올려보시고, 그래도 자신 있다 하시면, 집도 팔고 차도 팔고 장기도 팔고 일가친척 돈 다 꾼 다음에 사채까지 땡겨서 레버리지 상품으로 전업 트레이딩 하시면 된다.

가만 보니까 아무래도 투자의 기예는 매수가 아니라 매도에서 발휘된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가 매도는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답은 안 하면 된다. 최대한 안 하고 버티면 번다. 정말 이 돈 아니면 안 된다 싶은 순간에 팔면 된다.

가장 잘한 투자는 IAU. 2024년 상반기쯤부터 사모아서 정말 운이 좋게도 하락 직전 목덜미쯤에서 전량 매도하고 나왔다. (아깐 팔지 말라더니? 나도 안다. 그 돈으로 미친 짓을 해보는 중이다.) 떨어질 거 같아서 판 것은 아닌데 여전히 충분히 매력 있고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못한 투자는 TMF. 채권을 사면서 금리 전망이고 뭐고 생각도 안 하고 들어갔다. 심지어 오래 들고 있었다. 3배 추종이긴 하지만 TLT 같은 걸 했어도 비슷하게 멍청한 투자였다고 보고, 감정을 배제하고 보아도 당분간은 미국채 매력 없다고 여기고 있다. 가장 오래 들고 있었던 개별주는 AAPL. 소소하게 먹긴 했는데 NVDA는 말할 것도 없고 GOOGL 등에 비하면 아쉬웠다. 후회는 안 한다. 아직도 시장에서는 지나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믿는다.

빚을 내는 게 아니라 상품 구조를 이용한 레버리지는 충분히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횡보하면 녹고 어쩌고, 운용 보수가 어쩌고, 청산 위험이 있고 어쩌고, 맞는 말은 맞는 말인데 동시에 호들갑이라고 생각한다. 은 같은 투기 자산을 건드릴 게 아니라면 S&P나 나스닥이 갑자기 33% 넘게 빠질 걸 가정하는 것처럼 넌센스가 없다. 그 날은 투자 망한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아는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종말이 온 게다. 손실 가능성과 역사적 MDD만 염두에 두면 된다.

백테스트는 무료 사용이 후하고 UI/UX가 나쁘지 않은 testfol.io를 쓰고 있다. 티커 자리에 QQQSIM?L=3&E=0.82&SW=1.23 이런 식으로 써넣으면 TQQQ를 상장 이전까지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다. 기능 설명은 해당 서비스 도움말을, 상세한 수치는 상품 정보를 따로 찾아보면 다 나온다. 종목 정보는 야후 파이낸스를 주로 참고한다.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검색하면 위에 잘 뜨기도 하고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

원자재는 금 빼면 쳐다보지 않는다. 자신 없다. 최근 은도 뜨거웠지만 구리나 플래티넘 얘기가 꽤 들렸는데 자신이 없다. 원유나 대두 등도 건드려본 적 없다. 금은 ETF로만 접근했으며 현물 금인지 종이 금인지 굳이 따지지 않았는데 IAU는 현물 기반(physically-backed)의 ETF이긴 하다. 크립토는 짤짤이만 좀 해봤고, 비슷하게 BTC를 제하고선 고려하지 않았다.

국장보다 차라리 술담배가 이롭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최근의 추세는 당황스럽긴 하다. 단순 투기 심리나 산업 사이클만의 덕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체질 개선이 되는 것은 맞아 보인다. 핑계야 뭐가 됐건 근 며칠 미장이며 코인이며 원자재며 국장이며 함께 꼬라박고 있긴 하지만 국장은 충분히 더 오를 수 있다고 느껴진다. 이유를 대라면 대겠지만 강철과 같은 논리라기보다 막연한 직감이 선행해서 따라오는 주장에 가깝다.

지수 상품은 QQQ만 사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술주 편향이고 자시고 해서 SPY, VOO, 그저 기우라고 생각한다. TQQQ는 앞서 밝혔듯 충분히 할 만하다는 입장이지만 100% 노출 투자는 백테스트를 해봐도 어리석은 선택이다. QLD는 시쳇말로 그돈씨 TQQQ라고 생각한다. 커버드 콜이 어쩌고, 고배당이 어쩌고… 이 시드에 난 사양이다. 인버스는 개인 투자자라면 그 돈으로 복권 사고 기부라도 하는 게 낫다. 아무튼 “저는 예적금만 해요”는 사실 “저는 현금 포지션에 전량 투자해요”와 똑같다. 모르겠으면 지수 사라. QQQ 사라. 가격을 보지 말고 사라. 사고 나서 가격을 보지 마라. 어쩌다 가격을 보게 되어도 팔지 마라. 요즘 증권사 앱에 자동 매수 걸어두는 기능들 있으니 급여일 맞춰서 자동 이체랑 같이 걸어둬라. 어디서 들어서 분산을 하신답시고, 차라리 코스피랑 S&P를 함께 담는 식이면 모를까, SPY랑 IVV 같은 걸 함께 모으는 등신 짓 하지 마라. 지수가 이미 분산 투자이고, 껍데기만 다른 걸 따로 모아담는 건 넌센스이다. 그냥 시드 머니 규모를 봐서 직투가 나을지 ISA가 나을지만 알아봐라.

이렇게 아둥바둥 모아도 시드가 쥐똥이고 소득도 애매해서 참 서럽다. 근미래 어떤 경우에는 당분간 소득이 크게 줄어들 예정이라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