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스와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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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소스를 저작권 없음과 동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정반대이다. 오픈 소스는 저작권이, 구체적으로는 허용적(permissive)인 형태의 저작권이 저작물이 발전하고 융성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의 한 예시이다. 오픈 소스뿐 아니라 Creative Commons와 같은 경우에도 해당한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중에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허용적인 편인 MIT나 Apache, BSD 라이선스는 저작자 표시를 포함해야 하는 조건을 걸고 있다. WTFPL과 같이 조건이 사실상 없는 경우도 있지만, 저작자 표시 라이선스들보다는 그 인지도나 인기가 비교할 바가 되지 않는다. 유명하고도 악명 높은 GPL의 경우 전염성이란 게 있어 GPL 라이브러리 등을 사용하는 경우 동일 조건으로 소스 코드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 유명한 라이선스들에 대해, GitHub에서는 LICENSE 파일을 열람할 경우 요약을 생성해 보여주고 있다. 본인이 어떤 조건을 따라야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이걸 봐도 좋고, 인터넷 상에 이미 라이선스 설명들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찾는 것은 쉽다.

몰라서 또는 실수로 라이선스 불일치 및 위반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모를 리가 없는 사람들이 라이선스를 위반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도 사실이다. ffmpeg의 경우 라이선스 위반 사례를 모아 Hall of Shame 페이지를 제공하는데, 유지보수의 어려움인지 법적 문제 때문인지 꽤 오래 간 페이지만 있고 내용이 표시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ffmpeg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라고 해도 이런 라이선스 위반을 추적하는 것은 영 어려울 것이고, GPL이 아닌 MIT와 같은 라이선스라면 찾아낸다고 해도 시정 요구를 해서 “얻어낼” 것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걸리지 않으면 아니면 심지어 걸려도 푼돈 좀 쥐어주면 그만이라는 심보인 건가? 2024년이나 되어서 오픈 소스는 “내가 못 쓰는 게 당연한 남의 것”을 “정해진 조건만 지키면 감사하게도 편히 갖다 쓸 수 있는” 구조임을 모른다는 건, 평소에는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다가 자기 불리할 때에만 못 알아듣는 척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나로서는 라이선스를 어기고 소스 코드를 도둑질해야 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편의점이나 마트에 들어가서 도둑질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도리이다. 아무튼 이런 오픈 소스 라이선스에 대한 눈 가리고 아웅은 국내외와 회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저작권 폐지를 주장하는 자들이 오픈 소스를 저작권이 “없는” 경우의 모범 사례로 드는 것은 따라서 엄청난 코미디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픈 소스라고 해서 저작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픈 소스는 허용적인 저작권이 창작을 어떻게 장려할 수 있는지, 즉 저작권이 어떻게 유용할 수 있는지의 훌륭한 예시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창작물이 크레딧을 받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며 적지 않은 경우 그 여부만 표시해주는 것으로 족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