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싫어
나는 다양한 이유로 애플이 싫다. 웬만한 곳 웹 개발자로 취직할 거라면 맥북을 써야 하는 운명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은 지극히 절망적이다.
하드웨어의 만듦새와 사용감은 나무랄 데가 없다. 정정한다, 딱 하나 있다. 빌어먹을 라이트닝 포트는 그야말로 딜브레이커다. 애플은 이거말고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뭐가 됐든 표준을 비롯해 남들 다 하는 거 제발 좀 같이 하면 안 되는 성미가 있어서 정말 열받는다. 이전에 쓰던 맥북 모델은 펑션 키 자리에 길쭉한 터치바가 있어서 개짜증났는데 오래 쓴 기기가 아니기도 했고 이후 모델에서는 복구한 거 같아서 뭐 어느 회사든 으레 하는 삽질 정도로 봐줄 수 있었다.
macOS는 재앙이다. 모던 DE에 화면 분할이 없다고? 농담이지? 키보드 레이아웃도 진짜 사람 돌아버리게 만든다. 얘네만 쓰는 커맨드 키 때문에 단축키 죄다 꼬이고 컨트롤과 일대일 매핑도 아니다. 컨트롤은 또 따로 있어서 단축키가 그냥 환장이다. 난 초자연적인 것들을 믿지 않지만 커맨드 키를 고안한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 사람만을 위한 1인 지옥 정도는 있어줬음 좋겠다. 얘네만 한영 키 캡스 락 자리에 박아넣고, 그 동작도 기괴하다. 뭐 서드 파티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된다는데 애플 하면 낮밤을 가리지 않고 호평받는 게 out of the box experience 아닌가? 생짜 OS 위에 뭘 깔아서 쓰는 게 낫다는 건지 아니란 건지 하나만 결정해줬으면 한다. 창 관리도 끔찍하다. 애플리케이션 내의 서로 다른 창 사이를 옮겨 다니려면 무려 백틱과 커맨드를 눌러야 한다. 다행히 화면 분할이 없는 탓에 애플리케이션 별로 창 여러 개 띄워서 쓸 만할 때에도 하나씩만 쓰게 되었으니 이게 애플 인체공학의 위대함일까. 그리고 도대체가 마지막 창 닫아도 프로세스 왜 살려두는 건지 모르겠다. 터미널 켜서 쓰고서 닫고 창 전환 몇 번 하다 보면 예상하는 창에 포커스가 가지 않는다. 그러면 이미 열린 창 하나도 없는 터미널 앱에 포커스가 가는 거다. 여기서 시각적으로 바뀌는 건 상단 작업 표시줄의 내용밖에 없다. Finder 앱이 기본적으로 종료가 불가능하고 항상 떠 있기 때문에 가끔 겪는 문제도 아니다. 이토록 인간 친화적이고 훌륭한 UX에 진짜 울어버릴 거 같다. 개같은 한글 파일명 죄다 쪼개지는 문제는 그냥 애교다 애교. 그리고 아키텍처 파편화에서 기인한 가상화 성능 문제. 사람들 도커 안 쓰나? 개발자한테 맥북 좋다는 소리가 대체 왜 나오는지 싶기만 하다. 개발자한테 좋은 건 리눅스 랩탑이다.
사파리는 흉물이다. 사파리를 위해서만 필요한 대응 코드를 써본 경험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인간은 한 명의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된다. 근거를 댈 것까지도 없지만, 동일 조건으로 검색해보면 레딧의 크롬 및 사파리에 대한 글들의 온도차는 확연하다. 좋아, 진짜 사파리로 크로스 브라우저 테스트를 하겠어.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존나 비싸고 독자 규격 사용하는데 가장 단순한 액세서리까지도 뒤지게 비싼 애플 제품을 써야지 테스트해볼 수가 있다. 꼬와도 할 수 있는 건 어디서 빌리든가 테스트 특화 온라인 서비스를 쓰는 것이다. 게다가 앱 스토어의 해괴한 정책은 입점하는 모든 브라우저가 사파리에 스킨만 갈아끼운 것이나 다름없도록 강제한다.
오픈 소스는 딱 구색만 맞춘 수준이다. 애플이 주도하는 유명 프로젝트라봐야 (사실상 애플 OS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만 사용할 수 있는) 스위프트, (현재 사파리만 사용하며 구글이 이탈했을 당시 프로젝트가 큰 타격을 입은) 웹킷, 이 정도인데 참 독하다고 해야 하나. BSD 기여를 한다고는 하는데 그 정도 기여는 다른 기업도 엥간히 할 걸 가지고 생색내기는 좀… 개인적으로는 애플 이름 달린 뭔가를 갖다가 써본 적도 없는 반면에 MS는 등장하자마자 시장을 휩쓴 Playwright, state of the art 에디터인 VSC와 그야말로 걸작이고 혁명인 TS, 구글은 뭐 말할 것도 없고, 페이스북도 AI쪽은 놀라운 데다가 웹의 de facto인 리액트나 훌륭한 zstd가 있고, AWS 툴킷이 오픈 소스의 거의 전부인 아마존 정도가 애플에 비견될 수 있을까 싶다. 그 사악하다고 소문난 오라클도 아무튼 OpenJDK랑 MySQL, GraalVM과 같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가 있다.
여기에 빅 테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문제점, 하나도 빠짐없이 갖고 있고, 극성 팬덤은 아마 생각 없던 사람들도 괜히 싫어지게 만든 경우 절대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착한 척, 대단한 척 좀 그만하고, 적어도 표준이라도 따라주고,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는 가격 정책을 어떻게 하기 전에는 난 애플의 제품을 자진해서 구매하거나 사용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 회사의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과 유일한 운영 철학이 그것이기에 차라리 폐업이 빠를 것 같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