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이미지

아날로그 스마트 워치, 레노버 워치9

3054바이트

레노버 워치9은 보기 드문 아날로그 형 스마트 워치이다. 스마트 워치라고 해봐야 사실 되는 기능은 문자와 전화가 올 때 진동이 울리는 것, 걸음과 수면 트래킹 정도 뿐이다. 한국인이 쓰기엔 카톡 알림도 넘어오지 않아 더 애매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녀석을 고르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원형이다. 원형 스마트 워치가 많지 않다. 디스플레이 만들기가 애매하다고 그랬던가. 심지어 어메이즈핏 페이스의 경우에는 액정 하단이 평평하게 잘려 있다. 페블을 살 때에도 그래서 짧은 배터리를 감수하고 원형을 골랐기에, 워치9이 원형이란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둘째, 기능이 충분했다. 스마트 워치를 사면 처음에나 신기해서 이것저것 만져보지 사실은 전화나 문자 알림에 걸음 수 트래킹만 되어도 차고 넘친다. 스마트 워치에 비싼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싼 돈을 안 주는 정도가 아니라 워치9은 2만 원 대라는 충격적인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에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셋째, 배터리였다. 페블 타임 라운드는 한 번 완충에 이틀 정도밖에 가지 못했었고 그마저도 1년 동안에 날이 갈수록 엄청나게 짧아졌다. 나중에는 완충을 해도 반나절을 못 넘기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 한국에 지점은 당연히 없거니와 회사도 망했으니 교체를 하지도 못해 이때 너무 번거롭고 귀찮았던 기억이 있다. 레노버 워치9은 배터리 하나로 몇 달을 가는 정도였고, CR2032 건전지를 사용하는 친구라 자가 교체가 가능했다.

넷째, 쓸데없는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레노버 랩탑과 브랜드를 맞추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고 아날로그 시계의 또 그 감성이 있잖아. 이건 인정해야 한다.

사실 가격이 정말 충격적으로 쌌기 때문에 장난감 마련하는 기분으로 들였다. 알리에서 샀었던가. 알리에서 사는 모든 물건이 그렇듯 대충 잊고 살다 보니까 배송이 왔었고, 전용 앱을 깔고 시간을 설정하고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차고 다녔다. 딱 하나 조금 두꺼운 편이란 사실만 빼면 상당히 괜찮고 제 역할도 다 해주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갑자기 어느 날 시계가 멎었다. 배터리 문제인가 싶어서 배터리 사다가 낑낑대며 뚜껑 따고 갈았더니 그것도 아니다. 이제 보니 전용 앱에서 검색도 안 되고 있었다. 플레이 스토어를 찾아보니 업데이트를 하고서 다 그러는 것 같았다. 별 수 있나. 이만 원짜리 시계의 시시하고 허무한 결말이었다.

레노버 워치 앱 평점.BQWzDyoh
레노버 워치 앱 평점.BQWzDyoh

아무튼 그리하여 미련 없이 나는 워치9에서 시계줄을 풀어내고 다음 스마트 워치를 주문하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