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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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인 프로젝트를 재밌게 하고 있다. 파이어베이스를 써서 하니까 진도도 빨리 뽑히고 해서, 몇 년 전까지 짧지 않게 했었던 일이 기억났다. 스타트업이랍시고 있었던 팀에서 나는 사실상 유일한 개발 담당이었고 결론을 말하자면 그 팀은 꽤 오랜 기간 비벼댔음에도 제품 출시 없이 해산되고 말았다. 불행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하고(<안나 카레니나>), 어디 그 이유가 한두 개였겠냐만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품이 못 나온 것은 분명 나의 책임이 있다고 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때에도 BaaS든 뭐든 써서 그냥 빨리 만들었으면 될 것을 싶다. 나 혼자 한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히히, 하면서 프론트엔드도 바닥부터 다시 쓰고 백엔드도 바닥부터 다시 쓰고 그 와중에 이거 나중에 커지면 이렇게 쓰면 안 되지 않나 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스타트업이라면 제일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신선놀음 하듯 허투루 꼬라박으면서 그걸 잘하고 있다고 그러고 있었으니 세상에 지나가던 개도 웃을 촌극이 아니고서야 이게 무어란 말이냐.

그런가 하면 과연 무엇으로 밥을 벌어먹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도 있다. 그보다 전에는 유니티, 아두이노,백엔드, 프론트엔드, 안드로이드, 일이 닥치는대로 또는 흥미가 동하는대로 다 했었고, 재작년에는 안드로이드를 했고, 올해 초에는 ML옵스 비슷한 무언가를 했고, 연말부터는 웹 프론트엔드를 하고 있다.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은 JVM 언어나 고를 쓰는 백엔드 일이지만 이건 또 해보질 않았으니 막상 또 해보면 어떨지는 모르는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랍시고 붙잡고 쓰는 글은 아니고 그냥 얼마 전부터 생각이 들어서 썼다. 그래도 우연찮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화두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