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모가지처럼
1467바이트
닭은 친숙한 동물이다. 기이한 특성이 있다. 모가지가 고정이 잘 된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달아두고 영상을 찍으면 그리 안정되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유튜브에도 여러 개 있을 것이다.
지금 나의 삶은 아주 좋다. 살아본 중에 으뜸가게 좋다. 수면은 환상적이다. 평생을 불면의 마귀에 시달린 나에게 이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 친구들도 늦지 않은 간격으로 만나고 있고, 업무에는 불만이 다소 있지만 긍정을 털어버리기에는 모자라며 내게 생경한 이 낙천을 품고서 본다면 아무튼 대단한 측면이 있다. 특히 팀은 퍽 마음에 든다.
그래서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 괜히 루틴에 무언가를 더했다가 도미노처럼 쓰러질 걱정이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두려움의 주파수를 울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바뀌지는 않는다. 둘러싼 환경이 나날들이 멈추지 않고 바뀌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일종의 벡터일 것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얼마나 잘 헤쳐나가고 있는지, 그 상대적인 델타가 행복이다. 이것은 끊임없이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과 같다.
아무리 몸통이 흔들려도 위치를 사수하는 닭의 모가지처럼, 그것이 지금 내가 품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