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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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수 개월에서 반 년 즈음에 걸쳐, 이상하게 마음에 쏙 들었던 것들의 목록이다.

  1. Hardy (1908)

생물 시간에 배워서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게 출판된 경위가 상당히 우습기 짝이 없으며, 그 심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이 논문까지 읽어 보아야 작은 꽁트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내용도 아주 짧고 이게 왜 웃긴지 깨닫는 데에는 특별히 어려운 표현을 알아야 하는 게 없으니 자투리 시간에 한번 읽어보시면 좋다.

  1. 라이프니츠 법칙 (Leibniz’s Law)

항진 명제라 함은 기분 좋게 간질대는 느낌이 항상 있는 것 같다. 개중에도 이것은 음, 그렇지, 하면서 더 음미하게 된다. 언어학과 전공을 18학점이나 듣고서 부전공조차 못 걸어둔 채 졸업해버린 내 지난 과오도 떠오르고… 이것과 어떤 의미로든 비슷한 것들을 더러 아는 친구 한 명이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1. Here document 문법

화살표 모양으로 쓰는 형식(<<-)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셸 스크립트를 짤 때면 heredoc 쓸 자리 어디 안 나는가를 호시탐탐 노리게 된다. 리디렉션이랑 섞어서 쓰는 형태도 아름답다는 인상이고, 파이핑할 때의 모양새도 만족스럽다. 특히 while문과 섞어서 쓰는 방식이 묘하게 마음이 간다.

  1. DeepInception

사실 이 논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지극히 합법적이고 비-비윤리적인 경로로 LLM 탈옥을 줄창 시험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논문을 우다다다 찾다가 발견했던 것이다. 내용인즉슨 모델에게 <인셉션>마냥 최면을 걸어서, 계층이 내려갈 때마다 제약을 벗겨낸다는, 단순히 벗겨내는 것만이 아니라 가치관을 역전시켰나 싶기도 하고, 그런 것이었다. 식상함과 참신함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재밌는 아이디어였다.